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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사실공표 처벌은 기득권 지키기
[기자수첩] 국민의 알권리 침해.. 박근혜 사태 교훈삼아야
2019년 09월 16일 (월) 14:08:58 김기석 기자 msay27@hanmail.net

최근 정부·여당에서 사문화됐던 피의사실공표죄를 처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후속조치에 나선 모양이다.

하지만 이는 결론부터 말하면 '하지하책'이다.

피의사실공표죄는 경찰 또는 검찰이 기소하기 전에 피의사실을 공표했을 때 성립하는 형법 조항이다. 이를 전달한 언론도 처벌 대상이다.

피의사실공표죄는 형법 조항으로는 건재하나 그동안 아무도 처벌받은 적이 없어서 사문화된 법률이다.

사문화됐으니 사문화시키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정부·여당에서 갑자기 피의사실공표죄 처벌을 검찰 개혁방안으로 둔갑시키는 모양새도 그렇지만 실질적으로도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만 보더라도 피의사실공표죄의 언급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모두 내노라하는 정치인이거나 고위 공직자, 재벌 등이다.

피의사실공표죄로 불이익을 당하거나 항의하고 있는 일반인이 거의 없다는 것을 보면 이 조항이 누구를 위한 법인지 명확히 할 수 있다.

먼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기문란 사건의 경우 피의사실공표죄가 적용됐다면 제대로 된 언론보도가 쉽지 않았을 것이고 국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도 받지 못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정부·여당에서는 피의사실공표죄를 처벌해야한다고 주장할 때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를 꺼내들곤 하는데 그건 제대로 된 비유가 아니다.

논두렁 시계 사태는 사실 피의사실공표가 아니라 검찰에서 '거짓'을 흘렸고 언론에서 이를 받아 쓴 것이다.

조국 장관 임명 과정에서의 피의사실공표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리더를 자처하는 인사들과 연루된 비리를 파헤치는데 있어서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은 그 어떤 증거보다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걸 단지 피의사실공표죄로 처벌해 버린다면 앞으로는 고위공직자, 정치인, 재벌 등 힘 있는 사람들은 기소되기 전에는 언론에서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즉 피의사실공표죄 처벌이 기득권 세력들을 보호하는 장치로 작동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최근 대전지검 고위관계자는 "국민의 알권리와 피의자의 인권, 이 두 문제가 충돌하는 건데 이번에 장대호 사건처럼 국민들의 알권리 측면이 강하면 누가 문제 삼겠냐"며 '알권리' 차원의 피의사실공표는 보호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이어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국회의원을 취재, 확인 요청하는데 얘기해 준 것을 문제 삼지는 않을 것"이라고 나름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정부, 여당에서는 그것마저도 처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정부·여당에서 준비하고 있는 피의사실공표죄 처벌은 '상식'을 벗어난 화풀이식 정책에 가까워 보인다.

이제라도 정부 여당은 피의사실유포죄로 수사기관을 혼내겠다는 갑질 정치를 지양하고 '거짓말' 또는 '가짜뉴스'에 대한 처벌 강화에 나서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피의사실공표죄가 국민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합리적인 대안을 내놔야지 지금처럼 '처벌'만 강조하는 건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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