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현대중공업 갑질 '철퇴'

지역중소기업 기술 뺏어가고 단가인하 압박

2020-11-04     김기석 기자

충남지역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돌리고 갑질을 한 현대중공업에 대해 법원과 공정위에서 잇따라 잘못을 지적하며 제재를 가했다.

울산지방법원은 충남 공주시 소재의 강소기업인 삼영기계(주)에서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울산지방법원 민사 12부는 지난 달 28일 현대중공업은 삼영기계(주)에 8억 351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현대중공업은 삼영기계(주)와 지난 2015년 1월 <자재거래기본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연말에 삼영기계(주)를 포함한 50여 개의 하도급업체에 '단가 인하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경쟁사 협력업체 및 중국업체와 무한 경쟁을 통한 강제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납품업체인 중소기업으로서는 협박에 가까운 통보나 다름없었다.

법원은 원고인 삼영기계(주)의 청구를 받아들여 현대중공업의 일방적인 단가인하 통보가 <하도급법>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선고한 것이다.

삼영기계(주)의 변호를 맡은 김남근 변호사는 “경영이 어려워지면 불공정행위로 중소기업에 부담을 전가하는 대기업들의 관행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국감에서도 화제가 됐다.

지난 달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전고검.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범계 의원(민주당, 대전서을)은 대기업의 기술 탈취에 대해 검찰의 조치가 솜방망이라고 추궁했다.

박범계 의원이 언급한 대기업의 기술탈취 사건은 지난 7월 공정위가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사건이다. 

당시 공정위는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혐의로 현대중공업에 시정명령과 함께 9억 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때 피해를 입은 업체가 최근 울산지법에서 열린 민사 소송에서 승소한 충남 공주의 삼영기계(주)다. 

당시 대전지검은 경찰에서 2년동안 수사한 뒤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관련 사건을 1년 동안 가지고있다가 공정위가 고발을 하자 바로 현대중공업 일부 직원만 벌금형으로 약식처분했다.

삼영기계(주)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현대중공업의 변호는 김앤장이 맡았다. 

박범계 의원의 질의에 답변에 나선 이두봉 대전지검장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처분을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쉽지만 충분히 검토한 뒤 내린 처분"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지역 법조계에서는 검찰에서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적용을 재검토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과 함께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사건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